◆…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기구의 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사진=청와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출범과 관련, 이 기구의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고 21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직후 바로 춘추관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기자들과 만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야당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는 여러 국내외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고 해결이 된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미세먼지로 생명과 건강이 심대한 위협을 받는 것에 대해 이를 어렵다고 회피하는 건 제 삶의 신조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또 "많은 지인들의 우려와 걱정으로 위원장직 수락에 망설임이 있었다"며 "저도 그 점을 잘 알고 짐작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들의 충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말해 위원장직 수락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했다.

그는 이어 "당장 묘안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원인을 진단하고 중지를 모아 해법을 마련한 후 모두의 의지로서 흔들림 없이 실천하면 끝내는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문제 해결에 대해 범국가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세먼지 발생에 대해 국내외적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라며 "상당부분 규명된 게 사실이지만 과학적 정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그래야만 정확한 해결방안과 다양한 정책 옵션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 실천방안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범국가적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국민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라며 "개인에서부터 산업계·정치권·정부까지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므로 다함께 참여 기회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선 중국 등 동북아 국가와의 협력과 공동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제적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성공한 사례를 찾아서 우리 실정에 맞는 최상의 모델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로서는 이미 미세먼지에 대해 이미 국가적 재난으로 공표했는데 지척 분간이 안되는 미세먼지는 재난임이 분명하다"며 "목표를 세웠으면 해야한다. 각 부처는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임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정치권의 이해득실 접근법도 용납이 안된다"며 "정치문제가 되는 순간 이번 범국가기구 출범을 통한 해결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반 전 총장은 "2007년 국민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며 "이제 미약하지만, 보내주신 성원에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기후관련 국제협약 경험과 다수 국제 지도자와의 교분 등 문제해결에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향후 이러한 경륜과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오후 2시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미세먼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의 설치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브리핑 종료 후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반 전총장에게 범국가적 기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아세안 3국 순방 중에 손학규 대표가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참으로 적합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 총장님은 유엔에서 파리 기후협약 등 기후관련 협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했고, 커다란 성과 거두신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는 국내적인 문제뿐만 아니고 중국과의 관련돼 있는 문제"라며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이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일을 해주는데 반 총장만큼 더 적합한 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만들어진 기구는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범국가적기구 성격"이라며 "범국가라는 표현에 반 총장만큼 적합한 분이 없다. 기대가 크다"고 말해 그간 청와대가 반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하기 위해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했다.

김 대변인은 "범국가적기구의 구체적인 구성과 내용에 대해선 조만간 따로 말씀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