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에서 19일 열린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2차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이명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재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김 전 기획관의 (뇌물) 방조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 측이 증인 신청한 원 전 원장을 증인으로 받아들였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 예산관을 통해 김 전 기획관에게 2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기획관 측은 원 전 원장과의 공모 관계가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단은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 전 기획관과 통화한 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 직원을 만나서 돈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원 전 원장은 김 전 기획관과의 통화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이 김 전 기획관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돈을 전달한 것은 어떻게 지시한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김 전 기획관 측은 "지시한 직원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예산관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답변했다.

또 김 전 기획관 측은 "자금의 명목 자체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며 "김 전 기획관은 보훈단체에 대한 대통령 격려금이 부족해서 지원해 달라고 했지만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 기념식 비용이 부족해서 (청와대로부터) 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뇌물 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는 "국고 손실의 공소사실과 뇌물죄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뇌물에 대한 인식이 없고 대통령 지시를 어길 수 없었다"고 김 전 기획관 측은 주장했다.

뇌물을 공여한 '정범'인 국정원의 고의성을 알 수 없었고, 단순히 자금을 집행하는 위치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게 김 전 기획관 측의 입장이다.

한편 재판부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은데 단순히 원 전 원장에게 김 전 기획관과의 전화 통화한 부분은 확인할 사항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김 전 기획관은 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기소돼 계속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기획관 측은 "김 전 기획관이 다소 인지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보석 신청 의사를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4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기획관은 김성호 전 원장의 재임시기인 2008년 4~5월과 원세훈 전 원장 시절인 2010년 7~8월경 각각 2억원의 현금을 청와대 인근 주차장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 자금을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고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은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달 14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을 하지 않고 여생을 속죄하며 살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며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게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8일로 원 전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