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미샤(에이블씨엔씨) 등 국내 뷰티 로드샵 빅3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외형과 손익 모두 일제히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3월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 등의 보복조치로 유커 유입이 급감한데다, 최근 뷰티 유통채널로 급부상중인 올리브영, 롭스 등 헬스앤뷰티샵(H&B)의 시장 잠식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6일 각사 감사보고서(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 그룹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빅3의 합산 매출액은 1조4446억원으로 2016년 1조7153억원대비 약 15.8% 감소했다.

수익성의 경우 지난해 3사의 합산영업이익이 1397억원으로 2016년도 2774억원 대비 49.6%나 줄어 거의 반토막이 났다.

더페이스샵, 매출 감소율 최대…에이블씨엔씨, 영업이익 66% 감소  

각사별로는 업계 1위 이니스프리가 지난해 6420억원의 매출로 전년도 7679억원 대비 1259억원이 줄어들며 매출이 16.4% 감소했다.

2위 더페이스샵도 2016년 대비 934억원이 감소한 470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16.6%의 매출감소율을 보였다. 3위 에이블씨엔씨(미샤)도 전년대비 13.4% 줄어든 332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3사 모두 외형이 축소되는 부진한 실적을 시현했다.

빅3는 외형 감소폭 보다도 수익성 하락폭이 더욱 심각한 모습이다.

1위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107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16년 1965억원 대비 45.1%나 급감했다. 2위 더페이스샵도 무려 58.5%나 급감했다. 3위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달랑 77억원에 그치며 감소폭이 66.4%에 달했다.

이는 외형 축소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와 점포임차료 증가와 함께 매출원가와 지급수수료와 판촉비 등의 절감 정도가 매출 감소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에이블씨엔씨는 2016년 대비 매출이 514억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가 44억원 가량 늘었고, 지급임차료도 2016년 205.9억원에서 213.4억원으로 약 7.5억원이나 순증해 3사 중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모기업인 LG생활건강이 지난해 화장품사업에서 외형과 손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치를 갱신한 것과는 정반대의 실적이어서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강수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국내법인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 채널에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이라며 “이는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여전히 비효율적인 점포가 많은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미샤'의 노후화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되고,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기존 원브랜드샵에서 온라인 및 H&B채널로 옮겨가고 있어 이에 부합하는 판매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업계는 아직 감사보고서를 공시치 않은 네이처리퍼블랙과 에뛰드하우스 등도 이들 빅3의 부진한 실적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찌감치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토니모리도 매출은 11.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 19.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클리오도 연결기준 매출은 0.1% 증가해 로드샵 업체 중 유일하게 소폭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영업이익은 57.7%나 급감한 실적을 공시한 바 있다.

그나마 클리오의 경우에는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색조화장품 분야 전문기업인데다 올리브영 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H&B스토어에서 두자릿수 성장세를 펼친 점 등이 다소 나은 실적을 시현했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펼치며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고난의 한해를 맞이했던 이들 뷰티 로드샵 업체들의 지속성장을 향한 전략은 무엇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