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2018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리웠던 비정기 세무조사 전담조직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을 축소하는 등 국세청이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휘두른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세무조사의 틀을 싹 바꾸고 보다 투명한 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국세청은 31일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열린 '2018년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중점 추진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결의했다.

주요 추진과제는 ▲자발적 성실납세체계 확립 ▲국세정보 공개 범위 대폭 확대 ▲납세자 권익보호 강화 ▲일자리창출 등 현장 문제 지원 ▲깨끗한 공직문화 확립 등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본청에 신설되는 납세자보호위원회에 심의 기능을 부여해 비정기조사 대상 선정이나 집행 등과 관련, 위법하고 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로 조사를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본청은 물론 지방청·세무서 위원회도 외부위원을 대폭 늘리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납세자보호인력을 확대하는 한편 세무조사 기간연장·범위확대 승인여부를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엄격 심사하고 권리보호요청에 대한 심의시 납세자에게 의견진술권 부여하기로 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정치 세무조사 전담조직'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폐지 혹은 명칭변경 등의 요구가 거셌던 서울국세청 조사4국 인력을 축소하고 비정기조사 비중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청 조사4국 인력은 약 200명 정도이며 어느 정도로 축소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전체 세무조사 대비 비정기조사 비중은 지난 2015년 49%에서 2016년 45%, 2017년 42%(잠정)였으며 올해는 40% 수준으로 축소할 것이란 목표를 세웠다.

조사대상 선정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의 사례를 감안해 타 부처 고위공무원이 세무조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적법하고 투명한 교차조사 운영을 위해 사유(요건), 절차(기준), 사후관리 등을 훈령에 명확히 규정하고 직원 성과평가 시 조사실적 비중을 축소하고 절차 준수여부, 과세품질 제고 노력도 등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조사 진행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택스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과도한 질문조사권 행사 등 납세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받아온 사후검증·기획점검 등에 대해선 명칭을 불문하고 성격에 따라 훈령에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절차적인 통제도 강화키로 했다.

"고액체납자 금융정보, 친인척까지 다 턴다"

국세청은 고의적이고 지능적 탈세에 대해 과세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고액체납자에 대해선 법 개정을 통해 친인척의 금융정보까지 조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본인에 한해서만 금융정보 조회가 가능하지만 국세청은 법안 개정을 통해 고액체납자의 배우자와 친인척의 금융정보 조회까지도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법인 성실신고 확인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해 탈루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한편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기준을 마련하고 거래내역 수집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고질적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현금영수증의 의무발급 업종을 확대하고 현금할인, 웃돈요구 등의 행위에 대해 처벌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소규모 사업자로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법인전환 사업자 및 개인유사법인 등에 대한 관리·점검도 강화할 예정이다.

대기업·사주일가의 차명재산 운영, 기업자금 유출, 해외 현지법인과의 이전가격 조작 등 변칙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정밀 검증하기로 했다.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관련 탈세혐의를 집중 검증하고,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탈세 관련성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대재산가의 편법 상속·증여 혐의에 대해 유형별 검증을 강화하고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회피 및 차명주식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부담부증여 등 채무를 이용한 편법 증여, 자녀에 대한 고액 전세자금 지원 등이 그 예다.

한국은행·금감원·관세청 자료 및 국가간 금융정보교환 자료 등을 통합 분석해 조세회피처 이용 역외탈세, 변칙 자본거래 등도 엄정 조사한다.

이밖에 체납처분 회피에 대해 유형별로 분석해 재산은닉혐의자를 선별하고 현장 추적조사를 통해 은닉재산 적극 환수한단 방침도 세웠다.

빅데이터 활용 성실납세 정착…'소통강화'로 지원나선다

국세청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실납세 문화를 정착시키고 성실납세자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사업자에 대해선 세정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국세청 내외부 빅데이터를 지능적으로 분석·활용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 구현을 통해 세정역량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자발적 성실신고를 유도한단 계획이다. 올해는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및 업무재설계(BPR)를 실시하고 내년에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한단 계획으로 빅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납세자 유형별로 거래·지출 패턴 등 빅데이터를 융합 분석해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안내자료를 최대한 제공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의 지출내역이 경비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안내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납세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속세 신고 시 합산되는 사전증여내역을 홈택스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추진된다. 

특히 납세자의 사업주기별 맞춤형 도움자료 및 지능형 상담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AI 세무비서' 개발해 납세자가 보다 쉽게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크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국세통계 자료의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발굴하기 위해 국세통계개발TF를 운영하는 한편 올해 국세통계센터를 세종에 설립하고 2020년까지 권역별로 추가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를 3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인상해 탈세제보를 유도하는 한편 종교인소득 과세나 주택임대소득 과세 등에 대해 맞춤형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했다.

납세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국세청에 신설된 현장소통팀을 활용해 혁신과제를 발굴하고 세무서 통합상담창구를 시범운영해 납세자의 민원과 상담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해 세무조사 선정 제외·유예 등을 적극 실시하고 세무지원 소통주간을 운영해 소상공인의 창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자연재해나 경영환경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적극적인 세정지원은 물론 '세정지원 추진단'을 운영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 국세공무원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민감사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민감사관은 일반납세자, 시민단체, 교수 등을 위촉해 운영한다.

직무 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사전에 신고하는 사적관계 신고제를 확대하고 공정한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퇴직자와의 사적접촉에 대한 신고제도 신설하는 한편 조사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는 신고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키로 했다.

또한 세무대리인과 근무시간 외 사적접촉에 대해 중점 관리하고 소극적인 행정처리 직무태만 등 불성실 직무행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