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리하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의 반복 ☆

  법정에서 증인의 증언은 '기억나지 않는다'(I don’t remember)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증인의 기억은 법정에서의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자신의 소득세에 대한 분쟁의 결과로 복역한 교도소 재소 기간

으로 인해 흐려졌을 수 있다.

    - David Thomas Lewis(1912~1983), 미국 제10순회 항소법원 판사(1956~1970),

      수석판사(1970~1977) 및 법원장(1977~1963)

  출처 : 미국 제10순회 항소법원 1962.7.27.선고 US v. Hall, 307 F.2d 238 (10th Cir.

          1962) 사건 판결

<해설>

   이 사건은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도박장에서 도박의 승자와 패자 사이에서 발생한

도박 채무가 패자로부터 부채액보다 적은 가치의 재산이 승자에게 이전되어 도박

채무(gambling debt)가 없어질 때 발생하는 채무면제익에 대한 개인 소득세 환급

청구 사건으로, 1950년 오클라호마 서부 지방법원에 제기되었으며 1심법원에서

소득세 납세자 홀(Hall)에게 유리한 판결로 이어졌으며, 정부와 납세자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1947년, 목장사업과 다른 사업을 병행하던 납세자 홀(Hall, 여성)은 네바다주에

있는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서 주사위와 경주를 통해 강제할 수 없는 상당한

도박 빚을 졌다. 부채의 정확한 금액은 재판에서 결정되지 않았으며 금액을 언급

하는 다소 개략적인 증거는 최고 $478,000에서 최저 $145,000까지 다양한 금액이

언급되었다.

   역시 가축 목장을 운영하며 라스베가스 도박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비니온

(Binion)은 도박빚을 지고 있는 납세자(Hall)의 신용을 보증하고 라스베가스 도박장

에서 현금 $225,000로 표시된 금액을 지불함으로써 채권자가 되었다.

   납세자(Hall)는 다른 상당한 사업적 이해관계 외에도 애리조나에 소 목장을 소유

하고 있었으며, 채권자(Binion)는 그의 전문적인 도박장 외에도 몬태나에서 가축

목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납세자는 1948년과 1949년에 두 목장에서 자신의

소(cattle)를 키웠고 1950년에는 도박 빚을 완전히 갚기 위해 두 목장의 소 떼의

절반 지분을 채권자 비니온(Binion)에게 넘겼다.

   국세청은 채무자 홀(Hall)이 소유한 가축 1/2에 해당하는 소를 채권자 비니온

(Binion)으로 양도한 가액과 면제 또는 탕감된 도박 채무의 차이 금액에 대하여 홀의

소득(채무면제익)으로 보아 개인소득세를 과세했다.

   항소법원의 배심원단은 양도 전에 납세자(Hall)와 비니온(Binion)간의 도박 채무

금액이 $150,000이며 양도가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 의도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데 쌍방이 구두로 동의했음을 발견했다.

   네바다주에서는 “허가된 도박은 합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 채무는

주 법에 따라 무효이며 유효한 변제의무가 없다” 고 판시한 바 있다.(West Indies

Inc. v. First Nat'l Bank of Nevada,67 Nev. 13,214 P.2d 144.)

  법정에 이 소송의 증인으로 나온 비니온(Binion)은 심문할 때마다 '기억나지 않는다'

(I don't remember)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으며, 이 사건의 법원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

   항소법원 데이비드 루이스(David Thomas Lewis) 판사는 “세법은 순수 이론

(pure theory)이 아니라 실용적이며(practical), 국가의 세수입 요구는 소득

결정의 기교(artifice)에 의존하지 않는다.” 라고 판시하면서, 도박 부채의 청산은

금액과 관계없이 세금문제로 연결되는 거래이므로, 납세자의 이익이 있는 경우

공개 시장에서 홀(Hall)의 가축을 현금으로 팔고 재산이 아닌 돈으로 비니온

(Binion)에게 도박 채무를 갚은 것처럼 계산해야 하며, 이는 비니온(Binion)으로

이전되는 시점의 납세자 소유 소의 시장가치를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이 사건의 도박 채무와 소의 가치의 상계가 적절한 지 여부를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파기환송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전직 장관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 검찰 측 신문에 303

차례에 걸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 불리할 때에는 자기 일을 다른 사람의 일처럼 말하는

비니온(Binion)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