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서민과 노비의 해방과 복지정책 ☆

   더구나 지금 흉년을 만났으므로, 직업을 잃은 백성이 혹시 굶주림을 당할까

염려되니, 각 고을의 수령이 만약 진휼할 때를 놓쳐 필부(匹夫)와 

필부(匹婦)가 굶어서 구렁에 죽어 있다면, 반드시 견책(譴責)과 형벌을 행할 

것이다.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는 집에서 시집보낼 나이가 이미 지났는데도 시집

보내지 못한 사람과, 장사지낼 날짜가 이미 지났는데도 매장(埋葬)하지 못한 

사람은 진실로 불쌍하니, 감사와 수령이 관(官)에서 자량(資糧)註1을 주어

비용을 보조하여, 때를 놓치지 말게 할 것이다.

   혹시 부모가 다 죽었는데, 동복 형제(同腹兄弟)와 일족(一族)이 노비와 

재산을 다 차지할 욕심으로 혼가(婚嫁)를 시키지 않는 자는 엄중히 처벌할 

것이다.

   [註 1] 자량(資糧) : 보리(菩提)와 열반에 이르기 위해 여러 가지 선근공덕

           (善根功德)을 모은다는 뜻. 이를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밑천이 되는 필수품, 또는 먼 길을 가는 사람의 

              노자(路資) 돈과 식량을 말함

   - 세종대왕(1397~1450), 조선조 제4대 왕(재위기간 : 1418~1450)

   출처 :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장 (1418년, 세종 즉위년 11월 3일)

<해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을 창제하였고, 집현전(集賢殿)을 

설치하여 학자를 키우고, 학문을 숭상하며, 옛 제도를 연구 검토하게 함으로써 

정치와 행정체제를 확립하였다.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천문, 도덕, 예의, 문자, 운학, 문학, 종교, 군사, 농사, 

의약, 음악 등에 관한 각종 저서를 출간하게 함으로써 문화 생활에 막중한 지침서가 

되게 하였다.

   또한 세종대왕은 백성의 굶주림, 너무 가난하여 장사(葬事)지낼 수 없는 사람과 

혼기(婚期)를 놓치는 사람, 관비(官婢)의 출산 휴가를 늘려주는 등 서민과 노비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환경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복지정책을 600여년 전에 

펼쳤으며,

   15세 미만인 어린이와 70세가 넘는 늙은이는 살인죄나 강도죄가 아니면 가두지 

못하게 하였고, 10세 이하와 80세 이상인 이는 사형에 해당되는 죄를 범했더라도 

가두지 못하게 하였으며, 천민인 노비(奴婢)를 하늘이 낸 백성으로 인정해 주었다.

   미국의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의 노예해방은 160여년 전인 1861년에 

이루어졌지만, 세종대왕은 600여년 전에 노비를 백성으로 여기고 복지정책까지 

살폈으니, 동서양을 통틀어 성군(聖君) 중에 성군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