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영조, 흉년에 절약 솔선수범 ☆

   하늘이 사람을 출생시킬 때에는 본래 귀천(貴賤)과 상하(上下)가 없는 

것이다. 임금이란 자리를 만든 것은 대개 그 민생을 보안(保安)케 하기 위해서

이다. 

  시절이 흉년이 들어 백성은 궁핍한데 혼자 부귀(富貴)를 누린다면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는가? 어공(御供)을 삭감하라는 명령은 실제로 나의 지극한 

뜻이니라.

   - 영조(英祖, 1694~1776), 숙종의 세 아들(景宗·英祖·延齡君) 중 둘째이며, 

      어머니는 화경숙빈(和敬淑嬪) 최씨이다. 조선 제21대 왕으로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 재위기간(1724~1776)이 가장 긴 왕이다. 본래 영조의 묘호는 

     '영종(英宗)'이었으나 1889년(고종 29년)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묘호, 

     '영조(英祖)'로 고쳤다. 때문에 ‘영조실록’의 표지엔 '영종대왕실록(英宗大王

      實錄)'이라 적혀있다

   출처 :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 25책 34권 7장[영조 9년(1733년) 4월 20일 ]

<해설>

   1773년(영조 9년) 4월 20일 이른 아침 임금 앞에서 유학의 경서를 강론하던중 

영조는 "금년의 농사는 비록 그 풍흉(豐凶)을 기필할 수 없으나 조종(祖宗, 임금의 

조상)께서 백성을 사랑한 덕(德)이 매우 극진하였으니, 이제 만일 조종을  뒤따라 

본받아서 민생을 보전해 편안하게 하지 못한다면, 후세에 장차 나를 어떠한 임금

이라 하겠는가? 조정에서는 각별히 신칙(申飭)하고 힘쓸 것이다." 라고 당부 

하였다.

   조강(朝講)에 이어 호조 판서 김재로(金在魯)가 흉년이 들고 세입(稅入)이 감축

되어 경비에 쓸 것이 모자라는 까닭에 백관(百官)에게 나누어 주는 녹봉(祿俸)과 

군병(軍兵)에게 주는 급료(給料)를 좁쌀로 등급을 나누어 참작해 바꾸어 지급

하기를 청했다.

   이에 대하여 영조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날 계속되는 기근(飢饉)이 여기에 이른 

것은 곧 나의 박덕(薄德)한 소치인데, 나누어 주는 녹봉을 좁쌀로 참작해 바꾸어 

주는 것은 내가 매우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궁부일체(宮府一體)註1인데 

백관의 녹봉을 이미 삭감해 바꾸어 주는데 나만 홀로 쌀을 먹는 것을 어찌 

참겠는가?

   왕실에 제공하는 것도 역시 좁쌀로 대신 하고 싶으나 나라의 체면에 관계가 

있으니 어공미(御供米, 임금에게 바치는 쌀)는 가을 곡식이 익을 때까지 한정하여 

특별히 5분의 1을 삭감하고 선반미(宣飯米) 이하는 일체 참작해서 바꾸도록 하라." 

고 지시하자,

   여러 신하들이 모두 “어공미(御供米)는 전에 이미 삭감해 줄였으므로 지금 또 

삭감할 수 없다”고 우겼지만, 영조 임금은 단호하게 인간은 태어닐 때부터 

귀천(貴賤)과 상하(上下)가 없으며, 흉년이 들어 백성은 궁핍한데 임금 혼자 부귀

(富貴)를 누린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므로 왕실에 제공하는 쌀도 삭감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영조는 손자 정조와 함께 18세기 조선을 중흥기로 이끌었다. 그는 탕평책을 통해 

과열된 붕당 간의 경쟁을 완화했으며 이전의 그 어느 왕보다도 민생을 위한 정치를 

펼쳐 조선 시대 몇 안 되는 성군으로 오늘날까지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註1] 궁부일체(宮府一體) : 왕실 재정을 정부의 일반 재정과 함께 운영하여 국가 

             재정의 자의적 지출과 남용을 방지하도록 하는 이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