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관오리와 당쟁의 폐단에 대한 상소 ☆

   참찬관(參贊官)註1 박문수(朴文秀)가 말하기를,

근래 조정 안에는 위로 대신에서부터 아래로 서관(庶官)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지성으로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 없으니, 신은 남몰래 마음이 아픕니다.

   나라에서는 비록 인족(隣族)註2의 폐단을 진념(軫念)하고 탐관오리를 엄격

하게 단속하려고 하지만 끝내 그 효과가 없으니, 그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조정에서 끝내 국사에는 전념하지 않고 도리어 당론(黨論)만 일삼고 있는 

까닭입니다. 오늘날 군신(君臣)이 만일 무신년(1728년, 영조 4년) 3월 17일에 

가졌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면, 나라 일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조정의 신하 중 재국(才局)註3으로써 임용된 자는 전포(展布)註4가 

있었음을 듣지 못하였고, 간관(諫官)註5으로써 임무를 삼은 자는 

간쟁(諫諍)註6이 있었음을 듣지 못했으며, 경악(經幄)註7으로써 명칭

(名稱)한 자는 보궐 습유(補闕拾遺)註8 한 일이 있었음을 듣지 못했으니, 

어찌 지금 사람이 옛사람만 못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다만 위에서는 격려 권장하는 일이 없고, 아래에서는 

탄성갈력(彈誠竭力)註9하는 일이 없음에 연유한 것입니다.

   예로부터 사람을 씀에 있어서는 귀천(貴賤)에 얽매이지 않았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중세(中世) 이래로 편당(偏黨)이 사(私)가 되어 오로지 

세록지인(世祿之人)註10만 뽑아 쓰고 초야(草野)에서 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간혹 먼 지방 사람을 쓰는 일이 있기는 했으나, 임용된 사람은 

아부(阿附)한 무리들에 불과하였기에 절조 있고 정개(貞介)한 사람은 

수치스럽게 여겨 나오지 않았으므로, 나라에서는 끝내 현사(賢士)를 얻어 

조정에 두지 못하였으니, 이는 전형(銓衡)을 맡은 자가 덕망 있는 이를 좋아

하고 재능 있는 이를 추천하는 정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전하께서 만일 성심으로 칙려(飭勵)하셔서 전일에 구하지 않았던 중에서 

인재(人材)를 구한다면, 반드시 군자(君子)들이 만족하며 찾아드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 세종(世宗)과 문종(文宗)의 시대에 있어서는 경학(經學)하는 

선비를 극선(極選)하여 고문의 자리에 두고 자주 인대(引對)하여 치도

(治道)를 강론하고 물러갈 때에는 촛불을 잡고 보내주었으며 때로는 깊은

밤에 친히 직소(直所)에 납시어 혹은 옷을 벗어 친히 덮어 주고 혹은 등을 

어루만지며 면유(勉諭, 면전에서 말로 타이름)하였으므로 은권(恩眷, 어여삐 

여겨 돌보아 줌)이 천고에 뛰어나셨으니, 이때를 당하여 신하가 되어 어떻게 

지성으로 감격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기에 아는 것은 말하지 않은 것이 없고 말한 것은 따르지 않은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 전하께서는 직언(直言)을 들으려 하지 않으시니, 

군신(群臣)들도 전하의 뜻을 거슬릴까만 두려워하고 있어 상하(上下)가 서로 

도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1년, 2년 지나게 되면 나라 일이 장차 

어떤 지경에 이르겠습니까? 

    - 박문수(朴文秀)(1691년, 숙종 17년~ 1756년, 영조 32년),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성보(成甫), 호는 기은(耆隱),1723년(경종 3) 증광 문과(增廣文科)에 

       병과로 급제, 호조참판, 병조판서, 함경도관찰사 등을 역임한 조선 후기 

      무신으로 영의정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충헌(忠憲)

   출처 :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 21책 28권 23장 [영조 6년(1730년) 12월 8일]

[註 1] 참찬관(參贊官) : 조선시대 국왕에게 경서(經書) 강론 및 경연(經筵)에 참여하였던 정3품의 당상관 직책

[註 2] 인족(隣族) : 인징(隣徵)과 족징(族徵). 지방 고을의 이속(吏屬)들이 공금(公金)이나 관곡(官穀)을 포흠(逋欠)해 내었거나 군정(軍丁)이 도망·사망하여 군포세(軍布稅)가 축났을 때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강제로 그 이웃이나 친족에게 추징(追徵)하는 일을 말함.

[註 3] 재국(才局) : 재능과 실무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

[註 4] 간관(諫官) : 사간원·사헌부의 관원의 통칭

[註 5] 전포(展布) : 일이나 상황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함

[註 6] 간쟁(諫諍) : 어른이나 임금에게 옳지 않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절하게 말함.

[註 7] 경악(經幄) : 임금에게 경사(經史)를 가르쳐 유교의 이상정치를 실현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실제로는 왕권의 행사를 규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였다.

[註 8] 보궐습유(補闕拾遺) : 임금의 부덕(不德)한 점을 보좌(補佐)함.

[註 9] 탄성갈력(彈誠竭力) : 정성과 있는 힘을 다하여 애씀

[註 10] 세록지인(世祿之人) : 대대로 받는 녹봉받는 사람들

[註 11] 권권(眷眷) : 참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지키는 모양

[註 12] 진계(陳戒) : 임금에게 사리를 가려 아뢰던 일

<해 설>

  무과에 급제한 무신이었음에도 영조시대에 왕에게 경서 강의를 담당했던 

참찬관(參贊官) 박문수(朴文秀)가 눈치보지 아니하고 영조에게 직언을 하자, 

박문수를 싫어하던 많은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조는 박문수의 진언은

“진정으로 임금에게 아뢰는 것으로 말마다 모두가 절실(切實)하다. 오늘날 

박문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와 같은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조선왕조실록에서 기록하고 있다.

  박문수는 어사(御史)로 많은 일화를 남겼으며, 정치적으로 영조에게 탕평책

(蕩平策)을 중심으로 하는 인사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장했으며, 특히, 군정(軍政)과 

세정(稅政)에 밝아 당시 국정의 개혁 논의에 중요한 몫을 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