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연설시 의사당에서 술을 마시는
영국 재무부장관의 특권 ☆
영국은 매년 예산심의에 앞서 재무부장관이 의회에 나가 시간제한 없이 예산
기조연설(Budget Speech)을 하고 있다.
장시간의 연설로 목도 마르고 힘겨운 시간이기에, 전통적으로 재무부장관은
다른 장관들과는 달리 연중 언제라도 예산연설을 할 때에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
술을 마실 수 있다.
영국 의사당에서 예산연설을 할 때 흡연은 1693년부터 완전히 금지되었으나,
규정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전통에 따라 각료 중 유일하게 재무부장관에
한하여 예산연설을 할 때에만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그 때마다
장관이 어떤 술을 마실 지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1853.4.18. 윌리엄 그래드스톤(William E. Gladstone) 재무부장관은 쉬는
시간 없이 시종일관 웅변조로 영국 역사상 가장 긴 4시간 45분의 예산연설을
하면서 계란을 섞은 스페인산 백포도주(sherry)를 선택 하였다.
또한 그는 영국 역사상 총리를 4번에 걸쳐 12년간 역임했으며(1868~1874,
1880~1885, 1886, 1892~1894), 재무부장관도 4번을 역임하는 동안
(1952~1855, 1859~1866, 1873~1874, 1880~1882), 의회에서 12번의 예산
연설을 통해, 현재까지 재무부장관 중 가장 많은 예산연설을 한 기록을 보유
하고 있다.
이에 앞서 1852년 5시간(여기에는 중간에 휴식시간이 포함됨)의 예산연설을
한 벤자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866~1868, 1858~1859, 1952
세 차례 재무부장관 역임)는 브랜디와 물을 마셨다.
대처(Margaret Thatcher,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 총리) 정부에서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재무부장관을 역임한 나이젤 로손(Nigel Lawson)은
물(Ashbourne Water와 Malvern Water)과 와인의 혼합음료(spritzer)를
마셨으며, 앞서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재무부장관을 역임한 제프리 하우
(Geoffrey Howe)는 진토닉을 마셨다.
2000년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1997~2007 재무부장관 역임)은
51분 짜리 예산연설을 함으로써, 현대 영국 의회사에서 가장 짧은 연설기록
으로 남아 있으며, 그는 당시 예산연설할 때 자신의 근무시간중 금주(禁酒)
원칙에 따라 미네랄 워터(Highland Spring회사 제품) 만 마셨다.
그 후 Highland Spring회사는 마케팅 효과차원에서 약 6년 동안 예산연설
전에 재무부장관, 그림자내각의 재무부장관, 다른 당직자 및 의장에게 무료로
자사 제품 Highland Spring 워터를 보냈다.
존 메이저(John Major) 정부에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재무부장관을
역임한 케네스 클라크(Kenneth Harry Clarke)는 평소에 맥주를 선호했지만,
의회연설에서는 스카치위스키(Glenfarclas)를 마셨다.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정부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알리스테어 달링(Alistair Maclean Darling)도 의사당내에서
미네랄 워터를 마셨다.
영국 카메론(David Cameron) 정부에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재무부장관
(Chancellor of the Exchequer)을 역임한 조지 오스본(George Gideon Oliver
Osborne)도 미네랄 워터를 선택했다.
현재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정부에서 2020년 2월부터 재무부장관을
맡고 있는 리시 수낵(Rishi Sunak, 1980년생으로 1960년대에 조부모가
동 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계)은 케네스 클라크(Kenneth Harry
Clarke)가 가장 좋아 했던 위스키를 선택했다.
만약 우리나라 국회에서 재무부장관이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연설을 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허용된다면(허용될 수도 없겠지만), 어떤 종류의 어떤 회사의
술을 마셔야 할지 고민에 빠져 결국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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