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 대통령이 날치기로 만든 법을
폐기한 제퍼슨 대통령 ☆
미국 건국초기의 「1801년 법원조직법」(Judiciary Act of 1801)[일명
자정의 재판관법」(Midnight Judges Act)으로 불리며, 정식명칭은 An act
to provide for the more convenient organization of the Courts of
the United States)]은 연방파 (聯邦派)인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
(John Adams, 1797.3.4.~1801.3.4.)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정치적으로
연방파(聯邦派, 연방주의자당)와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주권파(州權派,
민주공화당)인 제3대 토머스 제퍼슨 (Thomas Jefferson,1801.3.4.~
1809.3.4.) 대통령의 취임 전 자정에, 퇴임하는 애덤스 대통령이 새로운
판사에 대한 신규임용 발령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 졌기 때문에
「자정의 재판관법」 (Midnight Judges Act)으로 불리고 있다.
세금문제가 주요쟁점이 되었던 1800년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높은
세금과 강력한 중앙정부를 지향하던 애덤스 대통령은 연임에 실패하고, 연방
의회 의석까지 주권파(州權派)가 차지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사법부 만큼은
자기를 지지하는 연방파(聯邦派)의 사람들로 지켜내고 싶은 욕망으로,
애덤스( John Adams)는 퇴임일을 불과 몇 시간 앞둔 1801.3.3. 심야에
의회에서 급하게 「1801년 법원조직법」(Judiciary Act of 1801)을 통과시켜
국무장관을 대법원장(1801.2.4.~1835.7.6.)에 지명함과 동시에, 서둘러
60여명의 연방파 (聯邦派, 연방주의자당) 인사들로 연방 판사에 임명하였다.
당시 국무장관(1800.6.13.~1801.3.4.)을 겸직하였던 마샬
과정에서, 새 대통령 취임 전날인 1801년 3월 3일 자정까지 일사천리로
이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공교롭게 연방파(聯邦派)로서 워싱턴의
치안판사로 임명된 윌리엄 마버리(William Marbury, 메릴랜드의 부유한
사업가로 아담스의 강력한 후원자)를 포함한 4명의 판사 임명장을 송달
하지 못하고 책상 서랍속에서 낮잠자게 만들었다.
1801.3.4. 제퍼슨은 전임 애담스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자, 판사 임명 업무를 담당하는 새 국무장관 메디슨(James Madison)이
송달되지 아니한 4명의 판사 임명장을 송달하지 못하게 지시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애덤스 대통령에 의하여 이미 임명된 법관들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회 상·하원에서 주권파(州權派)들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제퍼슨 대통령은 1801년에 개정된 법원조직법((Judiciary Act of 1801)을
다시 그 이전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1802년 법원조직법」(Judiciary Act
of 1802)을 발의하여 의회를 통과하였다.
새로운 「1802년 법원조직법」의 통과로 전임 애덤스 대통령이 신설했던
법관직을 상실하게 된 판사들과 존 마셜 대법원장이 반발하였지만,
제퍼슨에 반기를 들었던 대법관 사뮤엘 체이스(Samuel Chase)의 탄핵소추에
이어, 존 마셜 대법원장 자신도 탄핵의 압박을 받고 있어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애덤스 대통령을 지지했던 연방주의자들은 "헌법에 한번 법원이 만들어지고
판사가 임명을 받으면 중죄를 저질러 탄핵을 받지 않는 이상, 판사는 죽을
때까지 재직이 가능하다" 라고 주장하면서 제퍼슨의 이러한 행동에 반발
하였다.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 존 퀸시 애덤스(John Quincy Adams, 미국 제6대
대통령)가 연방주의자당을 탈당하고 민주공화당에 입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의 내분이 겹치고, 의회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제퍼슨은 「1801년 법원
조직법」을 무효화 하는 데 성공하였다.
제퍼슨이 유일하게 어찌하지 못한 것은 전임 애덤스 대통령이 임명한 마샬
마셜은 본래 제퍼슨의 5촌 조카로 당숙인 제퍼슨과는 사상이 매우 달라 그는
존 애덤스의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은 열렬한 연방주의자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1801년 말, 마버리(William Marbury)는 매디슨(James
Madison) 국무부장관이 자신의 판사 임명장 전달을 반복적으로 거부하자,
임명장을 받지 못한 다른 3명과 함께 곧바로 국무장관 매디슨을 상대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미국 헌정사에서 유명한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 [미국 연방대법원 1803.2.24.선고 Marbury v. Madison, 5 U.S.
(1 Cranch) 137 (1803)]의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즉 마버리(William Marbury)는 매디슨에게 임명장의 수여를 명하는 직무
집행 영장(writ of mandamus)을 발부해주도록 대법원에 청구했으나,
마샬(John Marshall) 연방 대법원장은 다른 5명의 연방대법원 대법관들과
함께 이 사건을 심리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하면서, 1789년 의회에서 통과된
법원조직법(The Judiciary Act of 1789) 제13조에서 법원에 그런 영장의
발부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헌법이 이러한 권한을 사법부에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조항은 위헌이고, 따라서 무효이므로 대법원은
그런 영장을 발부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의 판결로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헌법과 의회의
제정법이 상충될 경우 언제나 헌법이 우선한다고 선언한 최초의 판결로 사법
심사원칙을 확립한 계기가 되었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 50주년이 되는 1826년 7월 4일에 향년 83세로
사망하였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독립 선언서를 같이 쓴 동지이자,
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으로 가장 큰 정적(政敵) 중 하나로, 정계은퇴 후
화해하고 다시 좋은 친구로 지냈던 애덤스도 91세로 같은 날 미국 독립
기념일에 사망하였는데 , 애덤스는 제퍼슨이 죽고 몇 시간 뒤에 세상을
떴다.
미국에서 1800년대에 퇴임하는 대통령(존 애덤스)이 퇴임 이후의 자기
보신책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회의 다수 의석수를 앞세워
날치기로 통과한 법원조직법에 따라 임기 마지막날 자정에 자기 사람으로
판사를 임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자, 후임 대통령(토마스 제퍼슨) 역시
멍군장군식으로 의회의 다수 의석수를 앞세워 전임 대통령이 만든 법원
조직법을 전면 폐지하고, 전임 대통령의 법관 임명을 무력화시킨 암울한
미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던 두 대통령이 저승길도 같이 간 것을 보면
노년에 지난 잘못을 늬우치고 화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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