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에는 나이 제한이 없으나

                     형사처벌은 제한이 있다 ☆

  10대라고 하여 단순히 나이에 따라 또는 부모나 다른 사람의 부양가족이라는

이유로 소득세가 면제되지 아니하며, 100세 이상 노인이 된다고 해서 국세청은

무임승차(free rider)를 허용하지 아니한다.

요즈음 형사 미성년자의 나이를 더 내려야 한다는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형사처벌 나이를 13세로 정하였지만, 처벌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사실이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종 즉위 29년(1447년) 5월 12일 기록에 보면, 평양에서 발생한 도적

이영산·김춘·은산 등에 대한 처벌문제로 백성을 아끼고 어질기로 이름난

세종대왕과 신하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영산(李英山)이란 자는 나이가 13세로서 그 형을 따라 도적의 무리에 가담

하였으므로, 법률상 연좌(連坐)에 해당되었으나, 세종 임금이 나이가 어리니

특별히 용서하게 하고, 김춘(金春)과 은산(銀山)은 나이가 같은 18세인지라

임금이 또한 감 1등(減一等)하기를 명하니, 형조(刑曹)는 물론 영의정

황희(黃喜)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신하들은 “이영산(李英山)은 나이가 13세로서 그 형을 따라 도적의 무리에

있었으므로, 법대로 처벌해야한다” 고 세 번이나 되풀이하여 아뢰었고,

“김춘(金春)과 은산을 만일 장형과 유배 3천 리에 그치게 한다면 죄악을 징벌

하는 보람이 없다” 고 아뢰었다.

영의정 황희(黃喜)는 "이 도적은 다른 도적의 비교가 안됩니다. 대성산을 점령

하여 집을 짓고 편한 생활로 처자를 거느리고 살면서, 병장기를 가지고

도적질을 하였사온즉 나이가 어리다고 감형(減刑)함은 불가하옵니다.”

“이 같은 극심한 도적을 만약 나이가 어리다 하여 죽음을 면하게 하오면,

후일에 반드시 이를 본받아서 나이를 줄여서 살기를 꾀하여 방자한 행동으로

거리낌이 없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세종 임금은 신하들의 말에 그대로 따르기로 했는데, 조금 있다가 “그런데

대신(大臣)들이 굳이 청하므로 허락했더니, 이제 다시 생각한즉 죽이는 것은

불가하다." 말하고, 드디어 평안도(平安道)에 공문을 보내어 김춘 등의

사형을 감면하라고 명하였다.

  의정부(議政府)에서 여러 날 동안 다시 처벌을 간청함에, 세종은 산하들의

간청을 계속 무시할 수 없어 의정부의 건의에 따라 평안도에 다시 공문을

보냈다.

  세종은 "김춘(金春)과 은산(銀山)은 내 생각에 나이 어린 조그만 백성으로서

모르고 범법한 것이니 특히 가벼운 법에 따르게 하였더니, 대신(大臣)들이

법에 의거하여 굳이 청하므로 법을 고쳐서 새로운 법에 따르기로 한다. 만약

전일에 내린 교지(敎旨)대로 이미 처결하였으면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고,

만일 처결하지 않았거든 새로운 법에 따라 시행하라. ’고 유서(諭書)를 내렸다.

  세종의 유서가 평양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감형조치가 마무리된 상태여서

김춘(金春) 등은 마침내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13세 미성년자 처벌문제로 아랫백성들 살리기 좋아하는 세종 대왕의 덕을

잘 알리게 되었고, 법도 또한 어그러짐이 없이 집행할 수 있었으니 세종대왕은

일찍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몸소 실천한 어진 임금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 형사 미성년자 나이 13세일 당시보다, 신체적 정신적 연령이 훨씬

높아진 오늘날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14세로 유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으며, 외국에서도 이미 나이 조정을 거쳤거나 진행중에

있는 나라가 많이 있다.

  영국 전역에서 유럽 연합에서 가장 낮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은 스코틀랜드의

8세(2010년부터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형사 법원에서 기소할 수 없음)부터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서 10세까지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최소

연령인 12세 이상으로 인상하라는 UN과 기타 인권단체의 반복적인 비판과

압력에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아직까지 저항하고 있다.

  유럽의 형사 미성년자 니이는 14세(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15세(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포르투갈(16세) 또는 18세(벨기에, 룩셈부르크)

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호주의 모든 주와 테리토리에서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0세로 설정하여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형사 책임 연령은 12세이지만, 언론에 비국적인 청소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비평가들과 일부 법률 전문가들까지 형사 책임 연령을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참고자료

 ① 조선왕조실록

 ② Science Direct “Age of Criminal Responsibility”,

 ③ UNJCEF “Lowering the age of criminal responsibility is against child

     rights”(2019.1.18.)

 ④ Amnesty International “WHY WE NEED TO RAISE THE MINIMUM AGE OF

     CRIMINAL RESPONSIBILITY”

⑤ The Guardian “Age of criminal responsibility must be raised, say experts” (20-1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