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위법)소득에 대한 과세 ☆
소득세법은 개인의 소득이라는 경제적 현상에 착안하여 담세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에 과세하려는 데 그 근본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해 설>
뇌물, 밀수, 불법마약거래 소득, 불법도박장에서 벌어들인 소득 등 불법소득
(위법소득)에 대하여는 여러나라에서 법형식에 불구하고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례
또는 명문화된 법규정에 따라 과세소득으로 보고 있다.
독일에서는 조세기본법에서 불법소득을 과세소득으로 규정하였으며, 영국은 1932년
불법 도박방 개설로 발생된 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였고, 미국에서는 1952년 판례로
위법소득도 적법소득과 마찬가지로 과세소득을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미국 연방
대법원 1952.3.24.선고 Rutkin v. United States, 343 U.S. 130 사건 판결문).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소득에 대하여 과세소득으로 조세실정법에서 명문화하기
전까지는 대법원 판례에서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으면 불법소득도 과세
소득으로 보았으며,
2005.5.31. 소득세법 개정시 뇌물 등 불법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처음 명문화하여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소득세법상 ‘뇌물(bribe)’,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는
금품’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 뇌물을 받은 자는 소득세로 신고하여야 한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3호, 제24호).
현실적으로 뇌물받았다고 그 뇌물에 대하여 소득세로 자진신고납부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며, 다만 먼 훗날 뇌물수수 사실이 밝혀질 경우 과세관청이 수사기록 등에 의하여
이를 확인하여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법원에서도 경제적 측면에서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거나 그가 얻은 위법소득이 더 이상 상실될 가능성이 없을 때에
이르러야 비로소 과세할 수 있다면, 이는 위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를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 되어 조세정의나 조세공평에 반하기 때문에, 뇌물 등의 위법
소득에 대하여도 과세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뇌물죄로 처벌받으면서 뇌물 상당액에 대한 추징선고
후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경우에도 그 위법소득에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종전에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뇌물에 대한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결과적
으로 그 금원을 모두 국가에 추징당하게 될 것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원귀속자
(뇌물 공여자)에 대한 환원이 아니므로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아 그 뇌물을 기타
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두 431 판결 등).
그 동안의 대법원의 판례와는 달리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뇌물 등 위법
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그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 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위법소득에 대한 소득세 부담
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판결).
따라서 이미 뇌물 등에 대하여 납부한 소득세는 뇌물 등 형사사건의 소송이 확정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과세관청에 경정청구하여 환급받을 수 있다.
또한 소득세법상 소득에 해당되는 이상 뇌물을 지급하는 자는 지급할 때에 20%의
세율을 적용하여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소득세법 제145조 제1항), 원천
징수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는 10%의 원천징수불이행가산세를 부과한다.
뇌물의 성격상 당사자 이외의 어느 누구도 모르게 은밀하게 지급하는 것이어서, 뇌물에
대하여 원천징수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뇌물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면, 뇌물 공여자도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형법 제133조에 의한 뇌물공여등으로
처벌받는 것과는 별개로, 소득세법상의 원천징수불이행에 따른 세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법인의 대표이사가 회사자금을 인출하여 뇌물을 제공할 경우 뇌물제공자가
뇌물 제공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며, 법인자금 인출행위가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형사상 문제와는 별도로 그 인출금액에 대하여 회수할
것임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법인의 세무계산상 이를 익금산입하고
대표이사에게 상여처분하여 소득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뇌물은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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