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는 전통적으로 재무부장관이 하원에서 예산 기조연설(Budget Speech)을 하는 동안에는 의사당 중앙에 있는 탁자 위의 ‘중요 문서상자’(Despatch Box, 장관들이 연설할 때 그 옆에 서서 함) 옆에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오로지
한 명의 재무부장관만 그러한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조지 오스본(George Osborne) 장관(2010~2016.7.13.), 그의 전임 알리스테어
달링(Alistair Darling) 장관(2007~2010)과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장관
(1997~2007)은 술 대신 광천수를 선택한 반면, 많은 이전의 장관들은 이 특별한
기회를 잘 이용하여 의사당 연설대 ‘중요 문서상자’(Despatch Box) 옆에서 술을
마셨다.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e) 장관(1993~1997)은 위스키를 마셨고, 제프리
하우(Geoffrey Howe) 장관(1979~1983)은 진토닉을 마셨고, 나이젤 로손(Nigel Lawson) 장관(1983~1989)은 차가운 백포도주와 소다수의 혼합 음료(spritzer)를
마셨으며, 벤자민 디스레일리(Benjamin Disraeli) 장관(1866~1868)은 브랜디와
물을 마셨다.
다른 재무부장관보다 더 많은 무려 12번의 예산 기조연설을 한 글래드스톤
(William Ewart Gladstone) 장관(1852~1855)은 백포도주와 휘저은 달걀을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1853.4.18. 의회에서 쉬지 않고 4시간
45분간의 예산 기조연설을 하여 최장시간의 연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예산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의회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 의사당의
‘중요 문서상자’(Despatch Box, Dispatch Box) 옆에서 장관이 물이 아니라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오로지 재무부장관만이 예산 기조연설을 할 때에 한하여, 전통적으로 신성한 의사당
중앙에서 회의중에 본인이 원하면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니, 모든 의원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영국 의회의 회의진행과정은 TV로 생중계하고 있음) 마시는
그 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고의 술이 될 것이다.
재무부장관의 예산 기조연설은 짧게는 45분, 길게 하는 경우에는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술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예산에는 국민의 세 부담이 어느 정도이고 세금이 늘어나는 지 아니면 줄어드는
지를 반영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그 만큼 예산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본래 ‘중요 문서상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때에 여왕을 위한 중요 교서를
전달할 때 사용하던 상자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종종 ‘주홍색 상자’
(Red Boxes) 또는 ‘내각의 상자’(Ministerial Boxes)로 불리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정부의 각료들이 민감한 문서를 안전하게 전달하거나, 영국 정부나 호주 정부의
하부조직에서도 이 상자를 사용하였다.
지금도 ‘중요 문서상자’는 ‘주홍색 상자’로 영국 정부의 전통적 상징이 되고 있으며,
획일적인 디자인과 마디게 자란 소나무에 주홍색으로 염색된 가죽을 입혀 만들었다.
‘중요 문서상자’ 1개 만드는 데 3일이 걸리며, 1세기 이상 한결같이 한 회사(Barrow
Hepburn & Gale, 1760년에 설립된 회사로 영국의 고급가죽제품 제조회사)에 의하여
생산되었다.
작성일 : 17-08-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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