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은 많이 내면서 반쪽짜리
선거권만 있는 Washington D.C. ☆
미국의 워싱턴 D.C. (정식명칭은 컬럼비아 특별구, District of Columbia)는
인구 70만 명이 살고 있는 미국의 수도로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연방 대법원,
국세청(IRS) 등을 포함한 많은 연방 정부의 주요 관청이 있으며, 174개 국가의
대사관과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등 각종 국제기관의 본부가 있는 세계
정치와 외교의 중심지이지만, 미국의 건국 당시부터 논쟁의 여지가 많은
대통령과 의원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정치적으로 매우 독특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대하여 “대표없는 과세는 폭정이다!”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is tyranny)라는 슬로건으로 건국하였으나,
유일하게 컬럼비아 특별구에 한하여 의회에 보낼 대표를 두지 않고 세금만
내도록 하여 “대표없는 과세”(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의 현대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이처럼 중요한 도시에 1787년 미국 연방 헌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의회가
의원들 간의 지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느 한 주(州) 정부의
관할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인 새로운 도시를 만들 필요성에 따라, 세금은
납부하게 하면서 대통령은 물론 의회 대표에 대한 선거권이 없는 컬럼비아
특별구가 탄생한 것이다.
워싱턴 D.C. 주민들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어느 주(州)에도 속하지 않은
곳이라, 190여년 동안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 행사도 못하였으나, 그나마
1964년부터 워싱턴 D.C.에도 대통령 선거인단 3명이 할당되었다.
워싱턴 D.C.의 하원 의원은 비록 정식 의원이 아니라서 의회에서 의결권은
행사하지 못하지만, 참관권과 법안 제출권이 허용되는 하원 의원 선출권도
생겼으나, 정식 주(州)가 아니므로 아직도 상원 의원 선출권은 없다.
헌법상 워싱턴 D.C.에는 선거인 수가 가장 적은 와이오밍, 알래스카 주(州)
등과 동일한 수 만큼 3명의 대통령 선거인을 할당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워싱턴 D.C. 주민들은 작은 주(州)의 주민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면서,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3명에 불과한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의결권이 없는 하원 의원만 있는 푸에르토 리코(Puerto Rico) 또는
괌(Guam)과 같은 미국 영토의 거주자와 달리(푸에르토 리코는 연방 소득세
납세의무 없음), 워싱턴 D.C. 거주자는 모든 연방 세법의 적용을 받으며,
2012년 워싱턴 D.C.의 주민과 기업이 연방 세금으로 20억 7천만 달러를
납부하여 19개 주의 주민이 낸 세금보다 더 많았으며, 주세 및 지방세의
1인당 평균 납부세액이 7,541달러(미국 전체 평균 납부세액 4,420달러)로
5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냈다.(Tax Foundation “State-Local
Tax Burden Rankings FY 2012”, 2016.1.20.)
“의회는 컬럼비아 특별구에 직접 세금을 부과할 권리가 있느냐?” 라는 소송
에서[Loughborough v. Blake, 18 U.S. 317 (1820)], 컬럼비아 특별구
주민들은 주민의 대표제도(Representation)는 과세와 분리될 수 없다는 미국
독립혁명에서 주장된 위대한 원칙에 의해 과세권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820.3.10. 연방 대법원장 존 마샬(John Marshall)은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은 모든 시민의 의무이다.”, “대표있는 것이 과세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니다.”(Representation is not made the foundation of taxation) 라고 판결
함에 따라, “대표없는 과세는 폭정이다.”(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is tyranny) 라는 제임스 오티스(James Otis Jr.)의 독립혁명 슬로건을 믿었던
워싱턴 D.C. 주민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였지만, 격렬한 시위와
집회는 계속 이어졌고,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에서 영감을 얻어
1953년 세금의 날에 일부 워싱턴 주민들은 국회 의사당을 방문하여 의원들
에게 개별 티백(tea bags)을 전달하는 등 워싱턴 D.C. 주민들의 투표권을
위한 캠페인은 독립혁명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오늘 날까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2000년 5월 Washington, D.C. 위원회는 “대표없으면 세금도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항의성 의미로 “대표없는 과세”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라는 문구가 들어간 컬럼비아 특별구의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하도록 변경하였다.
<트럼프 대통령 전용 리무진 번호판>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은 “대표없는 과세”(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라는 문구가 들어간 대통령 전용 리무진 차량의 번호판
사용을 지지했다. 나중에 부시(George W.Bush) 대통령은 번호판을 제거
했지만,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이를 다시 부착했으며, 트럼프
(Donald Trump) 대통령도 리무진에 컬럼비아 특별구 번호판 부착을 자랑
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국 식민지 시대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인들이 영국 정부에
대항하며 부르짖었던 “대표없으면 세금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슬로건이, 250여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미국의 중심지인
워싱턴 D.C.에서 자기들이 세운 미국 정부를 향하여 외치고 있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irony)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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